독립 이후 인도의 어떤 예산도 2025년 2월 1일에 발표된 예산만큼 광범위한 노동 대중의 삶에 대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냉소적이지는 않았다. 재무장관을 비롯한 모든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의 전략이 감세를 통해 중산층 소비를 증대시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감세로 인해 증가한 중산층 소비가 경제의 다른 부분에서의 지출 축소로 상쇄되지 않을 경우에만 완전히 타당하다. 그런 경우에 중산층 소비 증가가 총수요 수준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경제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에 따르면, 이러한 감세로 인해 포기한 재원을 정부 지출 축소로 보충할 예정이며, 중앙정부의 총지출은 2024-25년 수정예산(RE) 대비 명목상 7.4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거의 증가하지 않으며, 국가 GDP 대비 비율로 보면 실제로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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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감소의 대부분은 식량 보조금(2024-25년 수정예산 대비 명목상 3퍼센트 증가에 불과하나 2023-24년 실제 지출과 비교하면 절대적 감소), 마하트마 간디 국책농촌고용보장법(MGNREGS, 2024-25년 수정예산과 비교해 절대적 정체 상태인 8조 6천억 루피이나 2023-24년 실제 지출 8조 9,154억 루피와 비교하면 감소) 같은 항목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1월 25일 기준으로 MGNREGS의 임금 지급 연체액이 6,950억 루피에 달했기 때문에, 해당 제도에 대한 실질적 예산 배정은 더욱 적다.
사실상 사회 부문 전체를 고려할 때, 해당 부문에 대한 배정이 축소되었다. 2025-26년 보건가족복지부 예산은 2024-25년 본예산(BE) 대비 명목상 약 9.5퍼센트 증가할 예정이지만, 이는 GDP 대비 비율로 보면 감소하는 것이다. 초등·중등 교육 예산은 지난해 7조 3천억 루피(BE)에서 올해 7조 8,600억 루피로 명목상 증가했으나, 이 역시 GDP 대비 초등·중등 교육 예산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크샴 앙가누와디(Saksham Anganwadi, 영유아, 임산부, 수유부, 그리고 어린이들의 영양 및 조기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회 복지 제도) 및 포션-2(Poshan-2, 영양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국가 단위의 프로그램) 같은 여러 사업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본예산 대비 명목상 3.6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PM-포션(PM-Poshan, 학교 급식 프로그램)의 경우 지난해 본예산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이제 사회 부문을 압박하고, 식량 보조금과 마하트마 간디 국책농촌고용보장법 및 이와 유사한 항목의 지출을 줄여 봉급생활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그러한 제도에서 일부 혜택을 받는 수많은 빈곤층과 노동 대중으로부터 중산층의 한 부문으로 구매력을 재분배하는 것과도 같다. 2025-26년 예산은 경제 전체에 어떠한 경기 부양 효과도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 빈곤층을 희생시키면서 봉급생활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이는 부유층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노동 빈곤층으로부터 봉급생활자들에게 구매력을 재분배하는 것이며, 동시에 재정 적자를 대체로 변함없이 유지하여 세계화된 금융 자본을 달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봉급생활자들이 경제 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폭등에 직면했을 때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지원이 노동 빈곤층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제공되어서는 안 되며, 2025-26년 예산이 바로 그러한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도, 인도국민당(NDA) 정부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노동 빈곤층을 압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영세 생산 부문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반면, 봉급생활자 및 일반적인 중산층에게 구매력을 넘기는 것은 본질적으로 독점 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조직 부문의 상품 수요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전략은 마르크스가 “자본의 집중”이라 부른 과정, 즉 대자본이 소자본을 희생시켜 성장하는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독점 자본의 이익에 부합한다. 오늘날 인도 정치 체제는 기업과 힌두 민족주의(Hindutva)의 동맹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구조이므로, NDA 정부는 이번 예산을 통해 자신들의 지지 기반 중 기업 부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둘째, 비조직 부문에서의 수요 감소 및 이에 따른 생산 감소는 공식 통계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며, 특히 단기적으로 GDP의 신속한 예비 추정치를 산출할 때는 아예 고려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는 기업 부문에서 나타난 수치를 전체 경제에 일반화하는 방식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통계 시스템의 특이한 방식 덕분에 기업 실적이 양호하면 경제 전체의 실적도 양호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후원자들의 만족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는 정부에게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점이 중요하다.
셋째, 중산층에 대한 감세 혜택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반면, 그러한 감세 혜택의 부담을 누가 떠안게 되는지는 불투명하게 남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감세 혜택의 수혜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노동 빈곤층의 지지를 필연적으로 잃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노동 빈곤층의 고통에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전략이 그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이 재정 전략으로 인해 노동 빈곤층의 지지가 약화되는 상황이 온다 해도, NDA 정부는 언제든지 힌두 민족주의라는 기반에 의존할 수 있다.
인도 뉴델리의 라이시나 힐(Raisina Hill)에 위치한 인도 대통령의 공식 관저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대통령 관저 중 하나이다. 출처: Unsplash+, Getty Images
우리가 2025-26년 예산의 기저에 있는 것을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부에게 지나치게 치밀한 사전 계획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NDA 정부가 반복적으로 중산층을 찬양하는 것은 상당히 두드러진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여러 현대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인 이번 예산 회기의 개막 연설에서, 드라우파디 무르무(Droupadi Murmu) 대통령은 중산층을 극찬했다. 재무장관 또한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중산층의 잠재력을 반복적으로 찬양해 왔다. 이러한 모든 점은 이번 예산 입장이 우연적인 정책 혼합의 결과가 아니라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즉, 노동 대중과 중산층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여 기업-힌두 민족주의 동맹의 헤게모니가 추가적인 지지를 얻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동시에 이 “전략”은 신자유주의 정통성을 고수함으로써 국제 금융 자본을 만족시키고 있다. 부유층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GDP 대비 재정 적자도 증가시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냉소가 드러난다. 정부는 중산층 내에서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 빈곤층의 이익을 희생할 의향이 있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치를 만들기 위해 노동 빈곤층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지만, 인도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다. 기존의 인도 정치 세력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정책이 노동 빈곤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중산층을 노골적으로 우선시하고 노동 빈곤층을 처벌하는 정부를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혁신” 외에도, 2025-26년 예산은 기존 신자유주의 예산의 전형적인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스와미나탄 위원회(Swaminathan Commission, 인도 농업 개혁과 농민 복지를 위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적절한 농산물 가격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되었다. 보험 부문을 100퍼센트 외국 자본 소유가 가능한 방식으로 개방하여 외국 기업들에게 더욱더 특혜를 제공했다. 또한 국내 독점 자본에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더 많은 생산적 투자를 감행하라는 공허한 설교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경제조사에서는 임금 정체 속에서 이윤 비율이 급등한 결과 소득 분배가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재 수요가 부진하여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외환 유입을 기대함으로써 루피화의 폭락을 막으려 했던 정부의 헛된 기대는 예산 발표 후 단 이틀 만에 완전히 드러났다. 루피화의 하락이 멈추기는커녕, 2월 3일에는 급격히 하락하여 달러당 87루피 아래로 떨어졌다.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정부가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한 집단을 또 다른 집단과 맞붙이려는 냉소적 조작을 감행한다 해도, 그러한 방식이 어떠한 경제 위기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출처] A Budget of Great Cynicism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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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