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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44일차를 맞이하고 있는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3시 승무원 가족들을 초청해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전국 각지에서 승무원들의 농성 장소인 한국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를 방문한 30여 명의 가족들은 농성장을 둘러본 후 서울지역본부 식당에 모여 두 시간 가량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 KTX승무원과 그 가족들이 농성장소인 한국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의 식당에 모여 경과 설명을 듣고 있다. |
진행을 맡은 한효미 대의원은 "'파업이 언제 끝나는지, 되지 않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하실 가족들을 모셔서 승무원들의 파업 원인을 설명하고 경과와 계획을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승무원 가족들에게 투쟁 경과를 자세히 설명한 민세원 서울KTX지부장은 "언제까지 옳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비굴하게 살 수는 없어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부모님들께서 저희를 바르게 키워주신 만큼,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이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저도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정혜인 부산KTX지부장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경찰과 충돌도 해보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나 받는 줄 알았던 체포영장이란 걸 받아 경찰이 밤늦게 집으로 찾아간 일이 있었다"면서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지만 울산에서부터 올라오셔서 격려해 주셨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두 지부장의 말에 승무원 가족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두 지부장이 가족들 이야기를 하며 울먹일 때는 많은 승무원들과 가족들이 연신 눈물을 찍어내며 공감하기도 했다.
▲ 이제는 투쟁 구호가 익숙한 딸 옆에서 어색하지만 함께 외치고 있는 어머니 |
대전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한 승무원 어머니는 "둘째 아이가 (당시)철도청에 지원한다 하여 좋은 직종이라 생각하고 흔쾌히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는데, 결과적으로 공사에서 어린 여성들에게 거짓말만 한 것이었다"고 분노를 터뜨리면서 "우리 아이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지금 와서 계속 위탁으로 맡기겠다고 종용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승무원 어머니 대표가 돼서라도 우리 딸들의 고생과 상처를 위로할 수 있도록 힘을 줄 생각"이라며 "언제까지나 같이 노력하고 동참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도 했다. 승무원 어머니들은 이같은 말에 서로 맞장구치며 "엄마들이 투쟁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계속 싸운다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나도 함께 싸우겠다"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3월 30일 승무원 322명 전원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범죄사실요지'가 적힌 서류를 각자의 집으로 보낸 데 이어, 4월 6일에는 이철 사장 명의로 "딸들이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승무원들과 가족들의 큰 반발을 불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