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KTX열차승무지부 측에 "10일 오후 4시에 조건없는 대화를 갖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예정된 대화 날짜인 10일은 철도공사가 '정리해고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난 시점이라 승무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철도공사는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리해고에 입장 변화가 없다는 내용으로 쐐기를 박은 바 있다.
KTX지부는 "불행하게도 전혀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일단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 대화를 시도했으나 KTX 여승무원이 막무가내로 거부했다'는 누명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리해고'가 아닌 '이적 시한 만료'"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런 기발한 표현을 이제야 발견하였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겠다"면서 "새로운 표현 말고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이리저리 짜깁기한 주장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KTX지부에 따르면 "4월 7일 철도공사가 승무원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딸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고 있다'며 집단 해고 의사를 명백히 밝혔고, 철도유통이 '경영상 해고협의 통보'를 충실히 따르며 정리해고 절차를 밟아 온 전후관계를 살펴볼 때 철도공사의 주장은 분명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또한 "신규 승무원을 채용하며 파업중인 승무원들을 압박"하고 "승무에 필수적인 지급품의 반납처리, 라커룸 폐쇄 등 해고 절차 추진", "고소고발, 체포영장 발부, 손해배상 청구, 공권력 투입,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등 "노동조합에 가할 수 있는 모든 탄압을 총동원한 철도공사는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는 전혀 없이 대화 노력이니 이적이니 하는 말장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X지부는 "KTX관광레저와 같은 부실한 자회사 이적을 희망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으며 "면피용 대화를 제의하고 5월 15일 정리해고 방침에 아무 변화가 없음을 밝히는 철도공사 경영진을 보며 공기업이 이런 식으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철도공사는 지난 4월에도 "4월 5일 대화를 갖자"고 먼저 제의한 후 "4일 KTX 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 사무실에서 업무 복귀한 동료 승무원을 폭행하고 난동을 피웠다"는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 대화를 취소한 전례가 있다. 이어 4월 중순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KTX지부와 교섭을 갖던 도중, 한편으로 정리해고 통보서를 보내고 이에 대한 KTX 승무원들의 항의를 이유로 들어 교섭을 취소해 반발을 빚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