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KTX승무원 대량 정리해고 감행하나

'공사 직접 고용'만이 대안, 철도공사만 모르쇠로 일관

KTX 승무원들의 정리해고 시한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철도공사가 5월 15일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의 승무사업 종료 시한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나섰다.

한국철도공사는 "불법 파업 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로의 이적 절차를 밟지 않으면 시한이 만료되는 것"이라며 "정리해고는 법적 절차일 뿐"이라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한국철도유통은 근로기준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60일 전부터 법적인 해고 회피 노력을 하고 30일 전 해고 통보 등을 충실히 따랐다"면서 "KTX관광레저의 채용공고를 개개인에게 등기우편으로 송부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론사를 상대로 낸 설명자료에서는 "KTX 승무원은 '정리해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적 시한 만료'가 되는 것이므로 국민들에게 오해를 주지 않도록 '이적'으로 표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철도공사 "'정리해고'가 아니라 '이적 시한 만료'다"

철도공사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승무원들이 '한국철도유통'이 좋지 않다고 소속 회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해 새 위탁사로 이적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제시한 새 위탁사인 'KTX관광레저'가 감사원으로부터 부실 기업으로 선정되어 매각·청산을 권고받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4월 20일에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직접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기까지 했으나 철도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KTX 승무원들이 KTX관광레저의 정규직 신분으로 입사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위탁 자회사' 직원의 신분이라는 점, 더구나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위탁 회사의 고용과 노동 조건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이 KTX관광레저로의 '이적'을 거부하는 이유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비정규직일지언정 직접 고용되길 희망한다"는 KTX 승무원들의 주장에 철도공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참세상 자료사진

지시 감독 체계를 오인하고 있는 것은 누구?

"KTX 승무원 위탁 관리는 불법 파견이 아니며, KTX 승무원 탑승과 안전 문제는 무관하다"는 철도공사의 주장도 논란거리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들의 '불법 파견' 주장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 및 지시 감독 체계를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소속의 열차팀장으로부터가 아닌 한국철도유통 직원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KTX 열차 내 안전 담당은 열차팀장"이라는 입장이다.

철도공사의 주장대로라면 KTX 승무원은 다른 회사 직원인 열차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감독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 사규집에 따르면 '열차팀장의 담당업무'에 버젓이 'KTX 여승무원 승객서비스 업무 수행확인 및 평가 시행' 항목이 적시돼 있다. 지시 감독을 넘어서서 '다른 회사 직원'에 대한 '평가'까지 실시하고 있다는 것.

서울고속철도열차승무사무소에서 낸 'KTX 승무원 서비스 매뉴얼'에도 '승무 일지'에 열차팀장이 서명하도록 되어 있으며 승무 신고시에도 "열차팀장 인솔 하에 일일면담교육을 받"고 "열차팀장에게 승무 중 사항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공사' 소속인 열차팀장과 '홍익회' 소속인 KTX 승무원들과의 관계는 '승무원 업무프로세스' 등에도 명시돼 있다.("열차팀장으로부터 업무를 분담받고 지시사항 수보", "열차팀장은 도착역마다 여승무원 정 위치 지시" 등)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한 열차에 탑승한 팀장과 승무원 간에 지시관계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3일 '차별연구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열차 탑승 이전부터 열차 운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열차팀장은 끊임없이 여승무원들에게 지시와 감독을 하며 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열차팀장과 엄격히 '업무 분리'한다면 안전에 위협

"고객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재빠른 도움을 요청하고, 화재가 일어났을 때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 빠른 조치가 이루어져서 더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18개의 문이 있어서 정차역마다 열고 닫고를 반복하는데, 이 KTX 승강문이 열리지 않거나 닫히지 않거나 발판도 안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388m, 18칸을 세 승무원이 1-2분 짧은 시간에 제대로 열리고 닫혔나, 발판은 나왔나 확인하고, 손님이 내리고 타는데 있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줘야 열차가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랬을 때 승무원 자체도 홈에 빠져서 굉장히 부상을 많이 당한 경우도 많아요. 발판이 나오고 안 나오고, 인지가 되지 않구요. 그러면 승객들은 더 위험에 노출되는데, 만약에 홈에 빠졌을 때 승무원이 그것을 무전기로 (열차팀장에게)보고를 해서 열차를 멈추고 보고하지 않으면 그 안에서 절단나게 되어 있어요."


차별연구회가 공개한 위 KTX 승무원 증언에 따르면 "승무원 탑승과 안전 문제는 무관"하다는 철도공사의 주장도 신빙성을 얻기 어렵다. KTX 승무원과 열차팀장은 필연적으로 지시와 협력 관계 하에 승무해야 하고, 이것이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불법 파견 형태가 되지 않으려면 KTX 승무원이 철도공사 소속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차별연구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같은 불법성을 지적하며 수 차례 '직접 고용'의 정당성을 지적해 왔고, 심지어 감사원장까지 같은 주장을 했으나 철도공사만이 아직까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오는 15일, 철도공사의 의지대로 KTX 승무원들의 대량 정리해고가 감행된다면 큰 사회적 파장이 일어날 전망이다.

한편 KTX 승무원 42명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점거농성은 4일째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측은 첫날 '빠른 퇴거'를 종용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KTX 승무원들도 10여 평 남짓한 회의실에서 십자수를 놓거나 부모님과 동료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차분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