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조합원 700여 명이 여의도를 출발해 서울교를 건너오고 있다./이정원 기자 |
▲ 이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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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 폭력만행 민주노총 해체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민주노총 앞에 도착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고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한국노총의 대표자에게 집단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폭력집단 민주노총 해체하라', '백주대낮 집단폭행 민주노총 사과하라', '비겁한 민주노총 정체를 드러내라', '깡패집단 양아치집단 민주노총 자폭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종 격앙된 모습으로 "비겁한 폭력집단 민주노총 박살내자", "아무때나 폭력사용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자"는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경과보고에 나선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주대로에서 이용득 위원장에게 계획적인 테러를 벌인 것에 같은 노동단체로서 분노를 느낀다"면서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폭력을 사용하는 집단은 노조가 아니라 깡패집단일 뿐이다"라고 민주노총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 한 한국노총 조합원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민주노총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이정원 기자 |
▲ 민주노총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버스를 밀어 넘어뜨리려 하고 있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이정원 기자 |
▲ 이정원 기자 |
"부모도 몰라보는 버르장머리 없는 민주노총"
유재섭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한국노총의 60년 역사에서 15년 전에 민주노총이 분가했다"면서 "가족이 분가하면 잘 사는지 안싸우는지 항상 걱정하고 염려하게 마련인데,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한국노총 앞에서 수십 번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심지어 사무실을 점거하기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유재섭 수석부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된 심정으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 왔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민주노총의 이름을 떼고 폭력노총이라고 해라"면서 "이제 우리 한국노총은 폭력은 폭력으로 주먹은 주먹으로 대응하겠다.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이후에 벌어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폭력을 먼저 행사한 민주노총에게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산별 및 지역본부 대표자들도 시종 "우리는 힘이 없어서 폭력을 안쓰는줄 아느냐", "선명성 경쟁에서 이겨서 우리가 국민의 사랑을 받자", "부모도 몰라보는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자", "정기총회도 개최못하는 집단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등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 경찰버스 위에 올라간 한국노총 조합원들 중 일부는 민주노총 쪽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이정원 기자 |
▲ 공개사과요구 서한을 들고 민주노총으로 향하고 있는 한국노총 대표자들/이정원 기자 |
▲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들고 대영빌딩 앞까지 도착한 한국노총 대표자들/이정원 기자 |
"사과하지 않으면 공조는 없다"
오후 3시 40분경부터 사회자가 "민주노총의 사과를 받기위한 실천투쟁에 돌입하자"고 선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입주해있는 대영빌딩은 집회 시작 한참 전부터 경찰버스로 에워싸여져 있었다.
민주노총이 애당초 시설보호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오히려 병력을 철수시켜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영등포경찰서 측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접근을 철통같이 막았다. 민주노총 건물이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격앙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경찰버스를 밀어 흔들거나 민주노총을 향해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그러다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경찰버스 위에서 민주노총을 향해 뛰어내리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노총 대표자 5명이 '공개사과 요구 서한'을 들고 민주노총 앞까지 왔으나,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해고당한 전해투 회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해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10여 분간 대영빌딩 앞에서 지체하던 한국노총 대표자들은 결국 김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곧 해산했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날 한국노총의 규탄집회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경찰의 과민반응과 수십여 군데 언론사의 열띤 취재경쟁은 지나는 시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민주노총은 '밀실야합 세력', 한국노총은 '폭력집단'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해체'를 촉구하고 있으며 언론이 이를 '노노갈등'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는만큼, 두 조직의 경색 국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