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중연대(민중연대)가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로의 ‘진보진영상설연대체’ 건설안을 제안하고, 오늘(17일) 오전 11시 공식 ‘간담회’를 갖는다.
민중연대는 이날 간담회의 논의를 토대로 ‘진보진영의 상설연대체 건설 준비위원회(준비위)’(가칭)를 구성하고, 준비위에서의 구체적인 논의 후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상설연대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민중연대 대표자회의 당시 ‘준비위’ 결성과 민중연대의 재편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제출한 연대 단위들이 있었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 힘, 문화연대, 학생행진, 비정규센터,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등 회의에 참가한 6개 단위였다. 그리고 최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가 공식 문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당시 대표자회의에 참가한 지역단체 대표자들이 제출한 ‘준비위 결성 지지’에 대한 입장 또한 지역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음이 논의 과정에서 확인됐다. 회의에 참가한 지역 대표자들이 임의적으로 ‘지지’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준비위 구성 지지’의 입장을 냈던 민주노총의 경우 대중조직이라는 한계를 차치하고, 대의원 대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강고한 연대체 건설’이라는 사업방향을 유권해석, 상층단위에서만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중앙위는 통과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당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임이 확인됐다.
상설연대체 논의, 엇갈리는 현재의 진단
‘상설연대체’ 건설안에 대해 반대하는 단위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민중연대’의 그간의 사업형태에 대한 비판, 정치노선이 다른 단위들 간의 협의체의 유의미성을 근거로 ‘반대’의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상설연대체의 구상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의 통합 논의와 맞물리면서 ‘통일전선체’로의 논의까지 나아가는 상황에서 정파와 노선을 초월한 기존 연대의 기풍 조차 후퇴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중연대는 자본의 분할통제에 맞서는 이데올로기투쟁과 광범위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영 내의 필요성에 의해 탄생했다. 다양한 노선적 차이, 운동주체간의 조건의 차이가 있음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되, 운동단체들이 단결하고 함께 싸워 나가야 한다는 문제 의식속에서 한국 내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함께 건설한 공동투쟁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연대가 특정 정파의 단위처럼 사업을 하거나, 최종적인 의사 결정에는 다수결로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 등 공동투쟁체로의 제 역할을 못한다는 문제제기는 계속 돼 왔다.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미 탄핵 반대국민행동 활동 당시 이런 문제점은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중연대 내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더라 해도, 민중연대 상층 간부들이 참가함으로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의 정권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를 추종적으로 따라갔던 전례가 있었던 것이다.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상근 간부들 중심으로, 임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하다”고 덧붙인다.
관련해 민교협은 “민중연대의 바람직한 조직발전 방향은 계급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급적 진보세력과 반제 민족주의세력 간의 차이를 넘은 연대적 협의체로 확고하게 재편하는 것”이라며, '상설연대체' 건설이 답이 아니라 협의체의 원칙과 활동 방식을 제대로 세워 내는 것이 대안임을 강조했다.
이런 활동 방식 외에도 이번 ‘상설연대체’ 건설 제안 배경에는 민중연대 통일연대 두 축으로 움직이는 통일운동 진영이 조직통합을 통해 결속하고, 단일한 상설연합체를 건설하는 것이 전제 돼 있다.
특정 정파의 상층단위 처럼 사업을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상이한 노선 차이를 넘어 공동투쟁체로서 민중연대가 있었다면 지금 논의되는 ‘상설연대체’의 구상에는 통일운동 진영의 재편을 통한 ‘통일전선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민중연대’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 뿐만 아니라 민중운동 진영 내에 존재하는 정치적 노선의 차이에 배타적인 진영을 형성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진보진영의 상설연대체’의 그림일 지라도 사업이나 내부 운영 형태는 ‘통일운동 전선체’의 성격을 띄는 상층 기구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최근 북핵실험 국면에서도 통인운동 진영의 문제점이 다수 드러났다. 이런 정세에서 반부시, 반한나라당의 구호를 외치는 기존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중연대의 해산과 통일연대와의 통합을 통한 재출범에 대해 제대로 사업으로 결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고 역설했다.
'상설연대체' 건설 방안은 진보진영의 통합이 아닌 특정 정파로의 재편이 이뤄지는 방향인 것이고, 그간 제기됐던 문제점이 극복되는 방식이 아닌 오히려 민중연대의 활동이 더욱 축소될 조직재편의 그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상설연대체’ 건설에 대해서도 ‘소수의 입장이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준비위원회 결성’을 결정하는 대표자 회의에서 조차도 결국 다수결로 결정했다. 말 그대로 ’노력하겠다‘는 첫 약속 조차도 이미 선언적 구호만 남았을 뿐 또다시 실체는 사라진 셈이다.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협의와 토론들을 강조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다수결로 결정하며 합의를 위배하는 행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사회진보연대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지 않는 한 준비위 결성 및 조직 재편 논의를 같이 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입장 정리, 현재 민중연대 자체가 해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남은 민중연대의 공식 회의자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