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월, 상시업무의 무기계약 전환과 타당성 있는 외주화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실효성을 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공공연맹 서울본부, 여성연맹,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등 서울지역 노동사회단체들은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졸속적인 비정규직 대책으로 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가 오히려 외주화와 해고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라고 정부의 대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는 11월까지 전국의 지자체에게 ‘무기계약 전환대상’과 ‘외주화 타당성 검토’에 대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가 행정자치부에 중간보고를 한 것을 보면 무기계약 전환대상은 128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12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2만 7천 명에 이른다고 보고한 바 있다. 결국 정규직도 아닌 무기계약 전환 대상도 서울시가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임금인상 한 만큼 정리해고 하는 게 대책?
또한 정부 대책으로 인해 일부 비정규직은 임금인상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 임금인상이 이뤄지면 그 만큼의 인원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 S공사에서는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건비가 오르면 오른 만큼 인원을 감축 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건비 20%가 오르면 20%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며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외주화 되거나 정리해고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23일부터 29일까지 릴레이 단식에 돌입한다. 23일에는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청소를 하고, 정화조를 관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을 진행했다.
백호현 서울정화환경노조 한성지부장은 “내가 강남구에서 20년 동안 똥 치우는 일을 했지만 수당 포함해서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고 있다”라며 “더 이상 고통 받을 수 없어 노조를 만들었지만 용역업체는 직장폐쇄 조치를 해버렸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라며 단식 돌입 이유를 밝혔다. 정화조 관리의 경우 법적으로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도록 되어 있지만 지자체는 민간 기업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렇게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는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에 고통받고 있다.
릴레이 단식은 24일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27일에는 서울지역 정규직 노동자들이, 28일에는 공공연맹 서울본부 소속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지역 노동자들이 이어갈 릴레이 단식은 29일, ‘서울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공동투쟁 결의대회’로 마무리된다.
한편, 27일에는 이수정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이 오세훈 시장에게 시정질의를 통해 서울시 및 자치구, 지방공기업 등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하고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