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 못하는 비정규 법안

[분석] 현행보다 후퇴, 차별시정은 커녕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보호법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

결국 비정규 관련 법안이 6년 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20여 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007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법안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일까?

기본적으로 이 법안의 취지는 비정규직의 확산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미명하에 사용주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을 합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의 시작부터 비정규직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참세상 자료사진

현행 법안보다도 훨씬 후퇴한 비정규직 보호법?

일단,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현행 법안보다도 훨씬 후퇴된 법안이다.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은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 기준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1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한 것을 “사용사유 없이 2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악했다. 이제 2년 동안 아무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마음껏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은 현행 26개 업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개악해 “근로자 파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개정해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개악했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현행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고용의제’에서 “고용해야 한다”라는 말만 남은 ‘고용의무’로 후퇴했다.

정규직은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말대로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까?

노동계는 “오히려 1년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가 확산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통과된 법에서는 6개월, 1년, 1년 11개월 등의 기간으로 반복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싼 임금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던 사용주가 2년 후에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 정규직 노동자를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실제 경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용자의 90%이상이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사용자는 2년이 되기 직전에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하고 또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그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것이다. 정규직 전환은 없다.

‘합리적 이유’로 차별하게 만들어 준 비정규 법안

  참세상 자료사진

정부는 이번 법안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차별시정 조항을 만들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것은 “단시간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규정이다.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차별해도 된다는 것이다. ‘합리적 이유’라는 추상적 개념은 절대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원에게 넘어간 ‘합리적 이유’에 대한 판단은 “노동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바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합리적 이유’가 밝혀진다고 해도 사용자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다.





"대답해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의 통과는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2년 주기 집단해고로 몰고 갈 것이고, 불법파견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엄청난 양산이 초래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이 지적에 답하긴 커녕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앵무새처럼 또 다시 떠들었다.

“기간제(363만 명), 단시간(114만 명), 파견근로자(13만 명)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처우 금지, 시정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그간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처우가 대폭 시정되고 개선될 전망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치고 있다.

"정부와 보수양당의 비정규 악법 강행 통과는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목숨줄을 빼앗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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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법안 , 후퇴 ,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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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