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통과시킨 비정규 법안이 통과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공공기관이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 법원 행정처가 각 법원에 보낸 공문 |
법원 행정처는 지난 22일, 각 급 법원에 ‘비정규직 보호 법률 시행 관련 당부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2007년 7월 1월부터 시행하는 ‘비정규직 보호 법률과 관련’해 향후 법원 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아래와 같이 운영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민간경비요원(직접고용계약)에 대한 계약 2006년 12월 31일자로 종료 △경비(검색)업무 종사 기간제 근로자 :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운전업무 종사 기간제 근로자 : 용역근로자로의 전환 추진 △파견근로자 : 파견기간 종료 시 재계약 억제 또는 용역근로자로의 전환 추진을 지침으로 내렸다.
이는 법원이 공식적으로 그간 노동계가 제기해왔던 우려들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 관련 법안이 “오히려 1년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를 확산시킬 뿐”이며 “대량 해고사태가 올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 그대로 현실화된 것이다.
철도공사도 계약해지, “공공기관, 비정규 법안 악용 몸소 보여줘”
이에 대해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29일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 관련법은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년 내에 전원 해고하던지 용역으로 전환하라는 법률”이라고 지적하고, “공적인 기관이라는 이유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하는 수단까지 포함되었다”라며 “민간 자본가들보다 더 풍부한 수단으로 비정규직을 집단해고 할 수 있는 것”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29일 성명을 통해 “기간제 사유제한을 악용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회피하고 일방적인 해고를 단행하는 것이며 통과된 지 채 한 달도 안 된 ‘비정규 보호법’을 누구보다도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인 법원이 ‘법망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사태는 철도공사도 나서서 만들고 있는데, 철도공사는 외주위탁 전환에 합의하지 않은 새마을호 승무원을 지난 12월 31일 계약해지한 바 있다. 이에 새마을호 승무원 6인은 지난 12월 30일부터 서울역에서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11%만 정규직화, 63.6% “계약해지 하겠다“
이렇게 정부 기관이 앞장서 비정규 법안을 악용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 기업이 이를 ‘기간제 2년 후 정규직화’를 지키지 않을 것은 더욱 분명해 2007년 7월 시행을 앞두고 기간제, 파견제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예상되고 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007년 기업이 바라보는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라고 대답한 기업은 11%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소제 594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이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를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지”를 묻는 설문에서 63.6%에 달하는 사업주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계약해지 하겠다”라고 밝혔으며, 17.4%는 “비정규직 업무 자체를 아예 아웃소싱하겠다”라고 답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기간제 2년 지나면 정규직화”라고 선전했던 것은 기업도, 심지어 정부 기관도 지키지 않는 거짓말임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반대하는데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11월 30일 이 법안을 강행통과 시켰다”라며 “법안이 강행 통과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라! 이래도 비정규직 관련법이 희대의 악법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기업(6.3%)보다 노조가 없는 기업(14.3%)이 정규직 전환에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노조활동이 왕성한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