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노사관계로드맵 정부안 발표를 다음 주 중으로 미뤄 입법예고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한국노총과 재계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5년 유예를 합의한 가운데 노동부는 한국노총과 재계가 합의한 안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예기간을 1~3년으로 정리하고, 유예기간이 끝나면 자동시행 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부는 9일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민주노총은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연맹 위원장들, “즉각 복수노조 시행을”
이에 8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일방적 입법예고 강행을 규탄한다”라고 반발했다. 이 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산하 연맹 위원장 대다수가 참여해 입장을 밝혔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관계에 대한 민주노총의 원칙에 변화없다”라며 “지금의 논의가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공식적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어지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정부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결사의 자유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소영웅주의와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경총의 야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도 “자본이 대공장 이기주의라고 폄하하고 있는 현재 대공장 중심의 노동운동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또한 시급한 문제인 산별교섭 제도화를 비롯한 민주노총의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와 재계 모두 대답하지 않고 있다”라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도 “대체근로 허용과 필수공익사업장의 확대는 ILO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는 선진적 노사관계를 역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집회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해 하중근 열사는 죽어갔다”라며 “현 정부는 민주주의가 살아있지 않은 반민주, 반노동자적 정권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부는 사용자단체와 한국노총을 오가며 뒷거래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야합안을 정부가 수용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은 국제노동기구로부터 13회의 권고를 받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민주적 노사관계로 가는 출발점이며, 비정규 노조의 교섭권 확보로서 즉각 이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입법예고 시기를 못 박으며 회의결렬을 암시해왔고 지금은 막판조율이라는 명분으로 사용자단체와 한국노총을 오가며 뒷거래를 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노사관계의 개혁과 선진화를 바란다면 8대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노사관계로드맵 논의에서 △공무원, 교수, 교사의 노동3권 보장 △비정규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산별 교섭 보장과 산별협약의 제도화 △복수노조하 자율교섭 보장 △직권중재 조항 폐지와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손배가압류 및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폐지 △고용안정 보장 등 8대 요구를 제시했다. 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재계와 정부는 어떠한 답도 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입법예고 강행 시, “무기한 총파업”
민주노총은 입법예고가 강행될 경우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다”라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1일 전국동시다발 규탄집회를 시작으로, 17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