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분당’ 위기를 둘러싸고 진보적 지식인들의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가 “마음은 아파도 진보정당을 구할 길은 분당 밖에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노자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번 참패에 정신을 차려 1980년대의 유산을 깔끔히 청산하고 계급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는 ‘뉴레프트’로 가지 못하면, 20세기 한국 민중의 숙원이었던 진보정당이 ‘매니아 집단’ ‘운동권 동호회’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좌파 민족주의자들 주장은 ‘철통 안보, 북괴 궤멸’ 수준”
박노자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가 과반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받은 이유에 대해 “그가 극우보수임에 틀림없지만, ‘꼴통’이 아닌 ‘뉴라이트’에 가까운 보수”이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이북 문제는 그에게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대북 투자에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이북 영토 인수인계 차원에서 기초 시설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예상될 때 그는 노무현 대통령 이상으로 대북 투자와 이북관료 인맥만들기 작업을 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수는 이제 ‘창(昌)’의 경직성에서 ‘MB’의 ‘쿨해’ 보이는 성장주의적 포퓰리즘으로 넘어갔는데 진보는 무엇을 하고 있나”고 반문하며 “좌파 민족주의자들의 민족 통일 지상주의는 우파의 패러다임과 대조해보면 ‘철통 안보, 북괴 궤멸’ 수준에 해당된다”고 규정했다.
이어 “우파 쪽에서 지금 주석궁을 깔아뭉개겠다는 사람이 아니고 그 주석궁에 가서 비즈니스 딜(business deal)하겠다는 사람이 이겼으니, 이쪽에서도 이북을 비현실적으로 보고 ‘민족’에 대한 (집권 우파가 이미 갖지 않는) 온갖 환상들을 고집하는 이들을 적당히 걸러내야 하지 않겠냐”고 ‘분당’을 부추겼다.
박노자 교수는 “물론 소위 ‘NL’들이 FTA 반대 등 ‘좋은 운동’도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사안별로 연대하는 것은 당연히 나쁠 게 없다”면서도 “한국 재벌과 거의 대다수의 한국 경제 관료들이 목숨을 걸어 추진하는 FTA를 ‘미제에 의한 식민화 음모’ 쯤으로 의식하고, 한국 지배자와 미국 지배자들의 이해관계의 일정한 공통성이라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과 정당을 같이 한다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정부 파국 불보듯 뻔해..당은 ‘역사적 부름’ 받게 될 것”
그는 지난 29일에도 민주노동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 개인적인 바램도 ‘분당’ 쪽이지만 객관적으로도 이 길 이외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당은 ‘시작’이지 ‘전부’가 아니다”라며 △권위주의 타파 △정파문제 해소 △노동계급 중심 정체성과 전투성 지향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거대 토건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부양책, 극단적 친기업 반노동 정책과 같은 이명박 정권의 정책은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적 상황에서 어차피 곧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며 “아마도 내년부터 당은 ‘역사의 부름’을 많이 받게 될 것이며, 구체적인 투쟁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절로 풀릴 지도 모르겠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