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22년 동안 일했던 “학교에 가기가 너무 무섭다”고 나이가 든 노동자는 울부짖었다. 그녀는 경기여고에서 청소를 했던 천옥자 씨다. 그녀는 22년 동안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학교는 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두 달 짜리 계약서였다. 그녀는 왜 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계약이 만료되었으니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 천옥자 씨는 발언 내내 눈물을 보였다. |
그녀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자 학교는 그녀가 사용하던 대기실 열쇠를 바꿔 버렸다. 그녀는 대기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교장을 찾아갔다. 교장은 “아줌마, 나이 먹으면 다 잘리고 용역으로 쓰고 하니까”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는 아직 정년도 남아 있는데, 왜 내가 계약서를 써야 하고 용역으로 가야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녀에게 돌아온 말은 “거참, 아줌마 독하네”라는 말이었다.
“저는요. 화장실 청소만 했지 아무것도 몰라요. 남편이 뇌출혈로 두 번이나 쓰러졌어요.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예요. 못 배우고 돈 없다고 사람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예요.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나아요. 가슴이 떨리고, 학교 가기가 너무 무서워요. 이렇게 억울하고 분해서 어떻게 살아요”
천옥자 씨는 자신의 얘기를 하는 내내 억울한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천옥자 씨가 해고 위기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작년 8월 만든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내놓으면서 “무분별한 외주화를 제한하기 위해”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구분해 핵심 업무만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천옥자 씨가 22년 동안 하던 청소는 비핵심 업무로 구분되고 외주용역화 해도 되는 대상인 것이다. 또한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해 두 달짜리 초단기 계약을 그녀에게 요구하고 있다. 결국그녀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때문에 해고위기에 놓였다.
12년 동안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일한 그녀,
“비정규 법안으로 대량 정리해고 불 보듯 뻔합니다”
12년 동안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일한 여성노동자가 있다. 그녀는 성신여고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수운 씨다. 그녀도 12년 동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는 2004년, 갑자기 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2007년 1월 22일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2월 28일까지만 일하라는 것이었다.
▲ 정수운 씨는 "7월이 오면 비정규직은 대량 정리해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그녀는 해고의 이유를 물었다. 교장은 “나라가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네. 비정규직 법안통과로 어쩔 수 없게 됐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해고통보를 받던 날 오전에도 먼지를 마시며 뒷정리를 하고 3월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을 만날 설레임을 가지고 자리를 배치했다.
“우리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 행정실은 심장부다라며 학생과 교사들에게 헌신과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왔습니다. 모든 일을 책임 질 테니 나만 믿고 따르라고 했습니다. 믿고 따른 결과는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해고의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부모님께서는 알고 계시냐”, “이러한 사실을 학부모회에서 알고 있으면 학교보다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 날 것”이라는 협박과 모진 말 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으로부터 집으로 제주산 옥돔이 선물로 왔다. 그녀가 12년 동안 일하면서 처음 받은 선물이었다.
“이 시간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사안들은 전체 비정규직이 겪는 어려움의 극소수에 불구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7월 이후 비정규 법안 통과로 인해 대량 해고는 불 보듯 뻔 합니다”
그녀가 해고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안”이라고 정부 여당이 떠들던 비정규 관련 법안 때문이다. 올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 관련 법안에서는 기간제 노동자에 있어 계약기간이 2년이 될 경우 정규직화할 것을 명문화 하고 있다. 작년 12월 비정규 법안 통과 직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로써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7월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정리해고 일 뿐이다.
"비정규 법안으로 비정규직 보호하겠다던 사람들은 대답해라"
27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진행된 ‘학교비정규직 해고 및 처우악화 사례 증언대회’에서 김병관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 투쟁대책위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대체 법안으로 오히려 해고당하고 구조조정 되고 있다”라며 “이런 일은 학교에서, 광주시청에서, 울산과학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차별이 해소되고 처우가 개선된다고 말했던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입이 있다면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라며 “공공성이 어느 곳 보다 많아야 할 학교에서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공공노조는 “올 7월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오랫동안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나 청소원 등에 대한 계약해지나 초단기계약, 임금삭감과 외주화 사태가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라며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실 조리종사원 중 1명을 잘라야 한다며 제비뽑기로 계약해지자를 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는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 예정이며 교육부 앞에서도 집중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 증언대회 참가자들은 정규직화의 소망을 담은 상징의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