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할 것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도 그나마 무기계약 대상자도 제대로 선정하지 않고 오히려 외주화의 정당성만을 찾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작년 8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을 발표했을 당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자체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금방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기초단체들은 직년 9월까지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 및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같은 해 11월까지 광역지자체에서 검토한 후, 올해 3월까지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협의를 거쳐 5월에 최종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도 없고, 무기계약 전환도 극소수
▲ 기획예산처와 노동부는 손이 짝짝 맞는 걸까? 아닐까?/참세상 자료사진 |
민주노동당은 수차례 광역시도에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 및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요청했으나, 지자체들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제출을 거부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자료공개를 거부하는 것으로 봤을 때 전국 자치단체들 간의 담합과 행자부 차원의 통제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최종결정인 5월을 한 달 앞둔 지금까지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부산, 경상남도, 서울시, 대구시, 제주시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제출한 곳은 경상남도 단 한 군데 밖에 없다.
그나마 제출한 지자체도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를 대구시의 경우 총 기간제 노동자 3천 612명 중 6.7%인 243명 만 지정했으며, 부산시는 1천 656명 중 3.3%인 55명을 제시해 극 소수자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7천 347명 중 21.5%인 1577명을, 경남은 706명 중 15.9%인 112명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서울, 대구 등은 무기계약 전환 시 필요한 예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은 물론 제주의 경우 2년간 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중앙부처 협의 시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지원을 적극 요청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기획예산처는 예산증액 없음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노동조건의 개선 없는 그저 계약이 무기한이 되는 방식의 무기계약 전환이거나 이나마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지자체의 행태를 윤성봉 정책연구원은 “기획예산처 등에서 공무원 워크샵 등 각종 모임을 통해 예산 증액 없는 무기계약화를 지시한 것이 그대로 관철된 결과”로 추정했다.
33개 업무 중 32개가 비핵심 업무?
한편,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낸 경상남도의 경우 33개 업무 중 1개를 제외한 32개 업무가 외주화에 합당하다라고 결론을 내려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다른 지자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당시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나눠 주변업무는 모두 외주화 시킬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 현재의 모든 업무를 주변업무로 분류해 외주화를 정당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성봉 정책연구원은 “애시 당초 정부가 외주화로 인한 공공성, 공정성, 노동자 권익 파괴 등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외주화를 확신시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음을 반증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성봉 정책연구원은 “외주화의 경우 기존 외주화를 인정해주기 위한 추가 작업에 불과했고, 총액인건비제 등으로 인해 향후 공무원퇴출제와 더불어 광범위한 외주화가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