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노동부의 KTX여승무원 불법파견 재조사결과가 '합법 도급'으로 판명나자 KTX열차승무지부가 즉각 성명서를 내고, 노동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노동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KTX승무원들, "계속 투쟁한다"
KTX지부는 "노동부의 조사결과가 로비와 외압에 의한 조작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비통한 심정"이라고 밝히며 "그동안 노동부는 KTX여승무원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한 가지도 제대로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조작의 정황은 충분했다"고 밝혔다.
KTX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파탄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철도공사가 정부 고위층에 로비를 하고, 그에 따라 정부 부처인 노동부의 법적 판단까지 뒤집은 사실은 이 정부의 도덕성 타락을 백일하게 드러낸 것"이라 비난했다.
KTX승무원들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철도공사의 로비문건을 즉시 공개할 것 △열린우리당은 낙하산 인사 이철 사장을 즉각 소환할 것 △로비와 외압에 의해 조사결과를 뒤집은 이상수 장관은 즉각 사퇴할 것 등을 요구하면서 "로비의혹을 명백하게 규명하고, 정리해고 철회와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쟁취할 때까지 굽힘없이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공공연맹, "불법파견 사실 더 명확해졌다"
민주노총 공공연맹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해 "어이없는 결과"라고 일축했다. 공공연맹은 "이미 KTX지부가 불법파견의 수많은 명백한 증거를 내놓았고 수많은 변호사들과 법학자들, 국가인권위도 사실상 불법파견을 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는데도 노동부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며 오로지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주지하다시피 KTX승무원의 불법파견 여부는 단순히 KTX승무원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으며, 불법파견 판정이 이뤄질 경우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뿌리채 흔들릴 것을 두려워해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애초에 서울지방노동청이 철도공사, 청와대, 자본과 보수언론의 압력을 이겨내고 올바른 판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공공연맹은 성명서에서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결국 오늘 서울지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만 가지고도 오히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을 불법파견했다는 명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네트워크, "여론에 불리할 내용 연휴 직전 발표하나"
여성주의 활동가, 연구자, 노동조합 조합원, 여성단체 회원, 법조인 등을 구성돼 KTX여승무원 문제의 해결과 여성 노동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여성노동네트워크'도 즉각 '노동부의 편파적 판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여성노동네트워크는 "적법한 도급이라는 판결은 KTX승무지부 뿐 아니라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민변, 교수모임 등 전문가들이 노동과정에 대한 조사와 현행법에 근거하여 끊임없이 주장해온 불법파견이라는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명백하게 편파적인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 법적 판단이 아니라 철도공사의 부당한 로비에 의한,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근절되어야 할 '경영 청탁'이 일어난 상황에 대해 피맺힌 절규를 가슴으로 삼킨다"고 비통해했다.
결과 발표의 시기와 관련해서도 "여론상 좋지 않을 내용을 추석이나 성탄절 등 연휴 직전에 발표하곤 했던 정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긴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치사함과 잔인함에 피눈물이 흐른다"면서 "법이 아닌 정치적인 고려가 앞선다면 우리도 정치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투쟁을 준비, 끝까지 처절하게 싸우겠다"고 천명했다.